동생한테 책을 빌려줬다가
책이 이렇게 되었다.
스티커인지 뭔지 뭐가 덕지덕지 묻어서는
초라한 모습으로 내게 다시 왔다.
스티커를 힘들게 떼고
스티커자국들을 없애느라 고생좀 했다.
저게 나의 최선이었다.
그래서 중고로 팔지도 못하고 책장에 모셔놓고 있다.
조로증이라는 병을 앓고 있는 아름이.
초반에는 대수(아빠)와 미라(엄마)가 고등학생 때 사고를 쳐서 아름이를 낳게 된 배경이 꽤 나온다.
아름이가 조로증을 앓고 아름이의 시선으로 전개가 되는건 거의 중반부쯤부터다.
다 읽고나니 왜 제목이 두근두근 내 인생인지 이해는 안되지만...
또래 친구들의 너무나 당연하고 지루한 일상들이 아름이에게는 궁금하고 부럽고 겪고싶은 일들이라는게 마음이 아팠다.
아름이와 어떤 소녀의 이메일을 주고받는 모습은 한 20-30년전쯤의 펜팔문화를 떠올리게 했다.
그런데 이메일을 주고받던 소녀가 사실은 상업적인 목적을 가지고 아름이에게 접근한 어른이라는게 너무 화났다.
'그런 사람이 어딨어..?' 라고 생각하기엔 세상에는 너무나 이기적이고 못된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더 착잡했다.
그러나 아름이는 그래도 한동안은 많은 힘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모습에 마음이 더 아팠다.
사는게 너무 버겁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었다.
충동적으로 '내일 눈을 뜨지 않았으면...' 하고 생각할 때도 있었다.
그런 생각을 하고 난 후 다시 속으로 생각했다.
'아니요, 저 눈 뜨고 싶어요. 살고싶어요. 못들은걸로 해주세요.'
아주 정신적으로 피폐해졌을 땐 매일 생각했다.
'계단에서 굴러서 죽지 않을만큼만 다쳤으면...'
'차에 치여서 죽지 않을만큼만 다쳤으면...'
그렇게 힘들어도 죽고싶지는 않았나보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그 때 참으로 살고 싶었나보다.
계단에 앉아 한참이나 허공을 바라봤던 적이 있었고, 횡단보도 앞에서 한참동안 바뀌는 신호등만 바라봤던 적이 있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내가 그 때 배가 불러서 정신이 어떻게 됐었나 싶을 정도로 멍했다.
정확하게 말하면 아름이의 생각을 들여다보고 나서 좀 띵했다.
건강하게 태어나서는 이래저래 불평이 너무 많았던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그 때는 그럴만큼 힘들었다고 인정해주고 싶기도 하고 나도 잘 모르겠다.
힘들었던 그 때 이 책을 읽어봤다면... 아름이의 생각을 엿볼 수 있었다면...
뭔가 좀 달라질 수 있었을까?
과거와는 또 다른 내가 되어있을까?
과거에 내가 포기하지 않고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지금 난 뭔가 좀 달라졌을까?
조금 궁금하다.
사람은 누구나 언제 죽을지 모른다.
오늘일지, 내년일지, 10년 뒤일지, 30년 뒤일지 혹은 훨씬 그 뒤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사람들은 삶이 영원히 주어진 것처럼 살아간다.
물론 나도 그렇다.
그냥 이 책을 읽고 크게 느낀거라면 딱 두가지다.
첫번째는 열심히 살아야겠다.
두번째는 감사하면서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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